일을 잘 하는 사람은 그걸 되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Work Smartㅣ공여사들 이슬기 대표 인터뷰
2024-11-28
월요일이 행복해지는 양말을
13년째 만들고 있습니다
관심이 수익이 되는 시대. 수많은 브랜드들이 고객의 시선을 끌고, 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아이헤이트먼데이는 관심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괴로운 월요일,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지는 양말’이라는 가치에 충실한 제품과 공간을 가꿔왔다.
양말이 패션 아이템이 아닌 일상용품이던 시대, 홍정미 대표는 왜 양말이 주인공인 브랜드를 만든 걸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위기를 극복하고, ‘양말 브랜드 1세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과정은 어땠을까?
Q.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월요일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브랜드’ 아이헤이트먼데이 대표 홍정미라고 합니다. 2011년부터 양말을 시작으로 스타킹, 가방 등 제품을 만들고 있고요. 지금은 한국을 넘어 일본 진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Q. 2011년 브랜드를 시작하셨어요. 양말이라는 아이템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하셨나요? 브랜드 이름을 지으신 과정도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예쁜 양말을 신으면 기분이 참 좋았어요. 직장 다닐 때도 취미가 양말 수집이었고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양말이 사소하지만 하루를 밝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양말을 선택했죠. 현실적으로도 양말이 창업하기 좀 더 용이했어요. 의류보다 단가도 낮고 최소 제작 수량도 적어서 소자본으로도 시도할 수 있었거든요.
사실 창업할 때 ‘아이헤이트먼데이’라는 이름부터 먼저 지었어요. 제가 호불호가 되게 뚜렷한 성격인데 월요일은 너무 싫더라고요(웃음). 전날부터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 좋아하는 양말을 신으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가벼워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월요일은 괴로우니까 예쁜 양말 신고 기운 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죠.
Q. 당시는 양말이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기 전이었을 것 같아요. 브랜드를 준비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솔직히 다 어려웠어요. 그때만 해도 양말은 지하철역에서 천 원 주고 사는 물건, 패션 브랜드에서 한두개 정도 만드는 거였거든요. 양말 브랜드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거죠. ‘무슨 양말을 이렇게 비싸게 받냐’는 말도 들어봤고요. 양말을 만들어서 팔아본 경험도 없으니까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든 걸 새로 배워야 했어요. 그래서 퇴사하고 1년 반 동안은 양말공장에 출퇴근하다시피 했죠. 그러면서 ‘생존을 위한 실무’를 익혔고요.
그때의 경험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요즘 브랜드를 시작하려는 분들께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기획부터 생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잖아요. 그런 게 있으면 최대한 활용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예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그렇게 고생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2012년 양말 자판기로 화제가 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요. 자판기를 시도하신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원래는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했어요. 그러다 일본 여행하면서 본 티셔츠 자판기가 떠올랐죠. 거기서 테이크아웃 커피처럼 양말을 뽑아가는 자판기를 상상했어요. 당시 제가 모은 창업 자금으로도 만들 수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자판기 만드는 회사들을 찾아보고 일일이 전화했어요. 전부 거절당했는데 딱 한 곳에서 가능하겠다고 답을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자판기를 만들었어요.
장소도 정말 운 좋게 잡았어요. 원래는 코엑스 같은 곳에 설치하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잡상인 취급받은 적도 있어요. 그러다 신사동 가로수길 편집숍에서 ‘우리 입구에 설치해 보면 어떻겠냐’ 제안을 주셨어요. 그게 생각보다 너무 잘 된 거죠. 사실 처음부터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운이 참 좋았어요.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바로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었어요. 발렌타인 데이 때는 컵에 초콜릿을 넣기도 하고요.
Q. 시간이 지나면서 양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계속 변했는데요.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이런 흐름에 맞춰 어떤 변화를 주었나요?
브랜드 초반에는 고객을 만날 수 있다면 물불 안 가리고 다 나갔어요. 그러다 양말이 그 자체로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면서, 저희도 온라인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했죠. 룩북 콘텐츠도 만들고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드는 식으로요. 제 개인 계정으로도 고객들과 소통하려 노력했어요. 시행착오도 보여주고 ‘양말 대신 신어드립니다’ 시리즈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했어요.
제품 디자인도 변화를 줬는데요. 예전에는 그 자체로 눈에 확 띄는 제품을 주로 만들었어요. 지금은 다른 아이템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획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저희 양말을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요. 최신 트렌드나 고객분들의 피드백도 반영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Q. 현재 아이헤이트먼데이는 주로 어떤 양말을 판매 중인가요? 브랜드만의 시그니처 제품도 궁금해요.
남녀노소 신을 수 있는 스트라이프, 체크 패턴 양말을 가장 많이 만들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대표 제품은 자카드(Jaquard) 양말인데요. 계절 상관없이 편하게 신을 수 있어서 꾸준하게 인기가 많아요. '요일'이라는 컨셉을 살려서 만든 '세븐 데이즈' 시리즈도 있고요. 처음에는 요일별로 디자인을 다르게 했다가, 지금에는 단색 계열로 심플하게 다듬고 자수로 요일을 새겼어요. 내년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 예정이에요.
Q. 2019년 코로나19를 계기로 리브랜딩을 진행하셨어요.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다잡으셨는지 고객에게는 어떻게 보여주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코로나 때 브랜드 전체가 위기였어요.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떠난 직원들도 많았죠.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이건가’ 자괴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주저앉을 수가 없더라고요. 직원들한테 월급도 줘야 했고, 여전히 브랜드를 좋아해 주시는 고객분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다잡았어요.
우선 쇼룸을 용산구 소월로 옮겼어요. '월요일이 싫은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걸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단조로운 사무실이 양말로 색을 되찾는다’는 컨셉을 잡아서 만들었어요. 서류장이나 복사기, 탕비실 가구처럼 실제 사무실에 있을 것 같은 사물들을 오브제로 활용했고요.
내부적으로도 재정비를 했는데요. 지금 고객이 브랜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왜 방향성을 다잡아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어요. 체계적으로 주제 파악을 한 거죠. 그러면서 저희가 지향하는 가치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판단했어요. '1년에 52번 있는 월요일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어주는 존재'를 모토로 잡았어요. 브랜드 이름에 더 충실하게 제품과 공간을 다듬은 거죠. 그런 노력이 있어서 지금까지 순탄하게 온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정신없이 일하던 걸 시스템화했어요. 노션이나 먼데이 같은 툴을 도입해서 업무를 공유하고, 돌발상황이 있어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어요. 불필요한 회의도 많이 줄였고요. 제가 맡은 일의 범위도 넓혔어요. 저는 브랜드 초반이나 지금이나 제가 일을 제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직원들도 자기 업무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일하는 방식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어요.
Q. 크몽부터 삼성 갤럭시, 오롤리데이 등 150개 이상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셨어요. 콜라보를 결정하는 대표님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희한테 없는 걸 가진 브랜드인지가 핵심이에요. 일하는 방식이나, 브랜딩하는 관점 같은 걸 배우는 게 즐겁거든요. 그 과정에서 서로 얻어갈 수 있는 것도 많고요. 삼성 같은 대기업들과 콜라보할 때는 업무 프로세스, 체계적으로 마케팅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오롤리데이 같은 브랜드들은 고유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 트렌드와 브랜드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노하우를 가르쳐줬죠. 새로운 걸 배울 수만 있다면 저희는 언제나 열려있어요
기억에 남는 콜라보는 밴드 노리플라이와 협업한 시리즈인데요. 제가 직접 기획사에 가서 ‘여러분 음악을 듣고 이렇게 양말을 만들어봤는데, 같이 협업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어요. 그러면서 양말과 콘서트 티켓을 패키지로 판매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첫 콜라보를 하게 됐죠. 그게 좋은 인연이 돼서 두 번째 콜라보는 디자인도 같이했어요. 처음 다른 브랜드와 함께한 경험이어서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Q. 스포츠 양말, 스타킹 등 카테고리도 꾸준히 확장 중이세요. 어떻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제품군을 넓히고 계시나요?
기술적으로 양말을 잘 만드는 브랜드들은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더더욱 신었을 때 기분 좋은 양말이라는 핵심에 집중하고 있어요. 좋은 품질, 예쁜 디자인은 당연히 따라오는 거고요. 그런 기본기를 지키면서 유아용 양말, 스타킹 같은 제품들을 천천히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도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리고,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다는 방향성은 지키려 해요.
Q.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어떤 크몽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셨나요?
제품 촬영이 필요할 때 크몽을 이용해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간단한 디자인 작업에도 크몽을 이용하고 있고요. 또 저희가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이라 급하게 전문적인 비즈니스 번역에도 도움이 돼요. 업무 특성상 소통이 잘 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요. 크몽은 연락 가능한 시간, 평균 응답 시간을 바로 보여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무엇보다 결과물을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받아볼 수 있겠다는 게 그려져서 좋습니다.
Q. 2022년엔 크몽 10주년 기념 제품도 만드셨어요. 어떤 메시지를 담은 콜라보였나요?
크몽이 10주년을 맞아서 프리랜서 데이 행사를 진행했을 때 파트너로 참여했어요. 지속 가능한 프리랜서 라이프가 행사의 주제여서, 거기에 맞는 메시지를 양말에 담았죠. 어디에나 어울리는 검은색을 바탕으로 ‘Born to be Free’를 크몽의 노란색 자수로 새겼는데요. 프리랜서분들이 일할 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Q. 올해로 아이헤이트먼데이가 13살이 됐어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꾸준히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고객분들의 피드백이 가장 큰 힘이 돼요. 그런 이야기들이 정말 조금씩, 차곡차곡 쌓여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해요. SNS에 인증해 주시거나, 선물 받아서 신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제품도 샀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면 없던 힘도 나죠. 사실 그런 게 브랜드를 지속하는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Q. 지금도 남다른 양말을 만드는 대표님만의 Work Smart는 무엇인가요?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믿어요. 저는 지금도 분 단위로 매일 계획을 짜요. 그래야 저와 같이 일하는 분들도 편하고, 브랜드도 유지할 수 있거든요. 그러려면 제가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도 정확히 알아야 해요. 그럴 때 크몽이 도움이 되고요. 전문가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일은 크몽을 이용해서 빠르게 좋은 결과물을 받고, 제가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스마트하게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혀 생각 못 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는데요. 저는 그럴 때도 누구 탓을 하기보다, 일단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생각해요. 그다음에 어디서 잘못됐는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지고요. 누가 잘못했는지는 저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문제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지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게 핵심인 거죠.
Q. 앞으로 아이헤이트먼데이로 어떤 도전을 하고 싶으신가요?
성공적으로 일본에 자리 잡는 게 목표에요. 요즘 마음가짐만큼은 미국 진출할 때 원더걸스인데요(웃음). 그때 원더걸스가 무대 가리지 않고 공연했던 것처럼, 저희도 일본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 해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일하는 중입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작년부터 로프트(LOFT), 빔즈(BEAMS) 같은 편집숍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어요. 조만간 츠타야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열 예정이고요. 사실 일본은 양말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커서, 저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일본에도 진출하고, 일본 분들이 저희 쇼룸을 찾아와주시는 것 자체가 신나요. 이런 흐름을 잘 유지해서 일본에서도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Q. 아이헤이트먼데이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매일 신어도 기분 좋은 양말. 선물로 받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양말. 그 정도만 돼도 충분할 것 같아요. 저는 인생의 사소한 것들이 큰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믿거든요. 아이헤이트먼데이도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면 좋겠어요.
- 글 최진수 에디터
- 사진 상호필름
<Work Smart>란?
누구나 일을 하며 한 번쯤 곤란한 순간을 맞이합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을 갑자기 해야 하거나, 내가 못 하는 일인데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럴 때면 우리 모두 한 번쯤,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크몽은 그럴 때 도움이 되기 위해 존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실력과 경력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크몽의 ‘Work Smart’입니다. 앞으로도 <Work Smart>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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