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행동까지 이어지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Work Smartㅣ리댁션 한수련 대표 인터뷰
2024-11-15
어쨌든 일이 되게 하는 거.
그게 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디에 물어보기도 애매하고, 혼자 해결하기도 힘든 문제를 마주한다. 액셀 잘 다루는 법부터 이메일 잘 쓰는 꿀팁, 핵심만 보고하는 노하우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유튜브 채널이자 1인 브랜드인 ‘공여사들’은 그런 사람들이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친절한 선배와 같다. 대기업 10년 차에 독립을 결심한 공여사들 이슬기 대표는 어떻게 직장 내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가 혼자서도 3인 1조 팀처럼 활발하게,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Q.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어쩌다 유튜브를 시작해서 1인 브랜드로 활동 중인 이슬기라고 합니다. 공여사들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구요. 3명이 한 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저 혼자서 전부 하고 있습니다(웃음).
Q. 유튜브 채널로 시작해 ‘일잘러 플랫폼’으로 발전한 ‘공여사들’을 운영하고 계세요. 그 동안의 여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원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LG유플러스에서 기술 관련 업무를 오래 했고, 이후에는 기획팀에서 일했죠. 그러다 6~7년차 쯤에 저축으로 모은 1억 원을 날린 일이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든 복구하려고 시작한 게 유튜브였고요. 2019년 11월에 채널을 열었는데, 팬데믹이 12월부터 심해지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됐어요. 마침 제가 그 때 올린 영상이 엑셀 꿀팁 모음이었는데요. 직장인분들이 많이 고민하는 주제여서 그런지, 구독자가 금세 3만 명을 넘었어요. 그래서 ‘이건 되겠다!’ 싶어서 본격적으로 유튜버의 길을 걷게 됐죠.
Q. 엘지유플러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 과정에서 얻으신 인사이트도 궁금해요.
원래는 엔지니어로 통신망 구축 운영, 공사 관리 업무 등을 했어요. 그러다가 내부에서 본사라고 하는 스탭 부서로 가게 됐고, 흔히들 '기획팀'이라고 하는 계획부서에 배치됐죠. 1년에 몇백억 원 규모의 통신망 투자비를 관리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액셀을 하루 종일 끼고 살았죠. 전국에 깔리는 통신망의 투자비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담당자를 관리해야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원하는 걸 얻는 법을 배웠죠.
Q. 다른 인터뷰에서 ‘일의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일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관점을 갖추게 되셨나요?
우리 모두 최대한 빠르고 쉽게 일을 하고 싶잖아요. 다이어트도 그렇고 길을 찾을 때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유를 모르고 일하면 불필요하게 돌아서 가는 게 많다고 느꼈어요. 까라면 깔 수는 있는데, 이유는 알고 까자는 거죠. 그걸 이해하면 좀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으니요. 저도 이걸 몰랐을 땐 한 번이면 될 일을 항상 돌아가야만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이유를 알고 나니까, 업무를 조율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회사 일이 결국 다 협업이잖아요. 만약에 제 상사가 A라는 일을 다른 팀과 협의해오라고 했는데, 배경을 모르면 그 팀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힘들어요. 그러면 그냥 거기서 막히는 거죠. 하지만 A라는 일이 어떤 맥락에서, 왜 진행되는지 알면 원하는 걸 얻을 확률이 높아져요.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고요. 저도 연차가 낮을 때는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그런데 제가 할 때는 잘 안 됐던 일도 선배가 하면 어떻게든 일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이유를 알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Q. 경력이 쌓이면서 ‘일을 잘 한다’에 대한 생각도 구체화됐을 것 같아요. 회사생활을 하시면서 정리한 대표님만의 ‘일을 잘 한다’는 무엇이었나요?
어쨌든 일이 되게 하는 거. 그게 일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회사 다니면서 그런 사람은 많이 못 봤던 것 같아요. 제가 기획팀에 있다 보니까 다른 부서에서 실상을 잘 모른다, 탁상공론만 한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는데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는 그런 와중에도 해내더라고요. 일이 주어지면 정말 어떻게든 사람들을 설득시켜서 끌고 갔어요. 그걸 보면서 수많은 변수들을 감당하고, 끝을 보는 게 진짜 '일잘러'라는 걸 알게 됐죠. 아무리 부딪혀도 계속 밀고 나가는 게 핵심 같아요.
Q.2021년에 '일하는 센스'에 대한 책,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를 내셨어요.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어서 인상적이었는데요. 일을 주제로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유튜브 첫 영상이 대박이 나고, 구독자가 3만 명이 됐을 때였어요. 아직 채널 초기여서 이것저것 시도 중이었는데, 21세기북스 편집자님이 '일하는 센스'가 주제인 책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해주셔서 쓰게 됐어요. 그게 제가 유튜브로 따낸 첫 외부 계약이었죠. 책 내용은 제가 일할 때 많이 깨진 것들 위주로 채웠는데요. 시간이 지나서 그 책이 저희 회사에서도 유명해졌어요. 제 상사였던 분들은 '몇 페이지에 나온 거 내가 알려준 거잖아'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열몇권씩 사서 직원들한테 나눠주시기도 했어요(웃음).
출판사에서도 책이 인기가 많았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제가 중간에 있는 입장이어서 설득력 있게 책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아무 설명 없이 뭐 하라고만 하면 꼰대같이 느껴지잖아요. 저는 그게 이해가 되니까, 왜 그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쓴 거죠. 그게 공감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시니어 분들도 이 책을 좋아해주세요. '부장님들이 더 좋아하는 신입사원 책'이라고까지 하는데요(웃음). 리더 입장에서도 기본적인 것들을 일일이 가르치는 게 힘들고, 시간도 부족하니까요.
Q.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재셨지만 10년 차에 퇴사를 하셨어요. ‘온전한 나만의 일’을 하기 위해 독립을 결심하신 걸까요?
요즘은 회사에서 여성 리더들을 육성하려 해요. 조직 내부 분위기를 위한 것도 있고, 바깥에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죠. 하지만 그런 인재를 육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진 않아요. 저는 남성 임직원들이 많은 환경에서 일해서, 제가 하는 게 더 돋보이는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계속 일했다면 임원이 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 정도 위치에 되면, 조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제 생각이 아닌 걸 말해야 할 때가 있어요. 저는 그걸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회사가 싫은 게 아니라, 제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시점상으로도 코로나19가 끝나가던 때여서, 유튜브를 더 성장시키려면 기회를 잡아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 것들이 독립하는 계기가 됐죠.
Q. 1인 브랜드를 시작하셨을 때 설정했던 방향성, 핵심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공여사들 콘텐츠에는 어떻게 적용됐는지도 궁금해요.
"No Pain, Yes Gain"이라는 슬로건이 곧 방향성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들 중에는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사람들이 굳이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 책도 그렇고, 유튜브 채널에서도 일하는 센스나 엑셀 팁 같은 것들을 주제로 삼았어요.
Q. 노션, 엑셀 기반 템플릿이 공여사들의 주 콘텐츠인데요. 공여사들 템플릿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유한 매력을 만드신 과정도 궁금해요.
무조건 쉽게 만들어요. 딱 보면 이해되고, 바로 쓸 수 있게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다른 템플릿들 중에는 고급 기능들로 가득 채운 게 많은데요. 보기에는 멋있어도 실제로 써먹기는 어려워요. 평소에 쓰지 않는 기능들까지 공부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사람들도 몇 번 쓰다 포기하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도구여도 쓰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필수 요소만 넣어서 만들어요. 가끔 기능을 더해달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런 의견들이 많아질수록 템플릿이 복잡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 도구를 쓰는 빈도도 줄어들겠죠. 그래서 한 번 완성한 템플릿은 웬만해서는 안 바꿔요.
Q. 최근에는 직장생활 마음가짐, 퇴사 후 고민 등 콘텐츠의 범위를 확장 중이세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것만큼은 지킨다’하는 기준이 있으실까요?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가?’를 생각해요. 제가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잖아요. 분야가 뾰족하지가 않은 거죠.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운동이나 결혼, 회사 생활 같은 것들요. 좁고 깊게 하는 게 어려우니까, 얇지만 넓게 잠재고객을 만나는 거죠.
Q. 일하시는 과정과 느낀 점 등을 스레드에 연재하고 계세요. 보다 솔직하게 팬들과 연결되기 위한 목적일까요?
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있지만,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한 게 커요. 제가 매사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아예 안 하거든요.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걸 정리하는 것도, 남들이 보는 데 올려야 쓸모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유튜브에 매일 ‘생존일지’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올렸는데 잘 안 된 것도 있었고요. 솔직히 이 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죠(웃음).
스레드는 제가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도 활동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해요. 보통 강의 같은 걸 팔려면 자기 얼굴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게 부담스러워서 안 했는데, 스레드는 사진 없이 글만 써도 되니까 편했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도달 수치도 높고, 재공유도 쉽고요. 그래서 공여사들이라는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법,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창구로 쓰고 있어요.
Q. 일을 하시면서 어떤 크몽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셨나요?
'호랑이마케팅'의 에제드 님께 브랜드 디자인 시스템을 의뢰했어요. 당시 크몽 우수 전문가로 일하는 분이어서 믿음이 갔는데요. 처음엔 로고만 의뢰했는데, 결과물이 너무 좋아서 다른 디자인도 맡겼죠. 사실 상세 페이지나 홈페이지, 사진이나 영상도 크몽 통해서 작업한 게 많은데요. 키워드로 전문 분야를 검색하면 분류가 잘 돼 있고 전문가들 결과물도 잘 쌓여 있어서 되게 편했어요. 맨 처음 나오는 '서비스 설명'이 텍스트로만 작성돼 있어서 보다 객관적으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을까?' 살펴보기도 좋았고요. 그래서 손발이 잘 맞는 전문가와 계속 일하는 것도 편리했어요. 1인 기업은 시간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생명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크몽은 언제든지 믿고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Q. 필요한 전문가를 찾는 과정은 어떠셨는지,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상세 페이지를 컨설팅해준 분이 제 은인이에요. 그 분하고 네다섯번 같이 일했는데, 서비스가 10만 원일 때 의뢰해서 100만 원이 될 때까지 계속 그 분 서비스를 구매했어요. 그 때마다 원활하게 협업했고, 공여사들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됐죠. 저는 제가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준 사람도 같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후에 그 분 서비스 페이지를 다시 봤는데, 제 홈페이지도 올라와 있어서 신기하더라고요(웃음).
Q.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실무에도 도입되고 있는데요. ‘일을 잘하는 사람’의 정의는 어떻게 달라질거라 보시나요?
‘회사에서 정해진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 그대로일 것 같아요. 지금도 어떤 일을 맡았을 때 끝까지 못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거든요. 다만 AI 덕분에 일을 못 하던 사람도 실력을 쌓을 가능성은 커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실행력이 있어도 지식이 부족하면 거기서 막혔잖아요. 이젠 AI가 그걸 채워줄 수 있는 거죠.
사무직을 대체한다는 얘기도 많지만, 저는 꼭 그렇게 생각은 안 해요. 다만 인공지능을 계속 활용하려는 사람이 더 각광받겠죠. 개인적으로는 업무에 AI를 쓰면서도 티를 안 내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1인 사업도 마찬가지 같고요. SNS 보면 어떤 AI 툴 써서 콘텐츠 자동으로 발행한다는 글 많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어떤 임팩트를 냈는지까지 보여주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오히려 AI 쓴다는 티를 안 내고, 좋은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사람들이 더 능력있어 보인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일을 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Q. 직무 팁이나 템플릿 이외에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으실까요?
하고 싶은 건 많아요. 바빠서 엄두를 못 내는 거죠(웃음). 요즘에는 가계부 앱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정말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걸로요. 거기에 광고 배너도 넣고, 수수료 수익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노트 펼쳐놓고 계산기로 관리하던 것처럼, 직관적이고 빠르게 손에 익을 수 있는 앱을 구상하는 중이에요.
Q.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대표님의 ‘Work Smart’는 무엇인가요?
나만의 '표준 절차'를 만들어서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만 남기고 나머지는 쳐내는 거죠. 그렇게 내가 해야 할을 슬림하게,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면서 제 전문분야가 아니거나, 비용이 들어도 부가가치가 높은 일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죠. 크몽이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고 있어요.
Q. 앞으로 공여사들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비즈니스 인사이트 분야에서 '업계의 정품'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우리가 가전제품 살 때 더 비싼 걸 알면서도 LG나 삼성 제품을 사잖아요. 제품과 서비스에 책임을 지고 제대로 만든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런 거죠. 공여사들도 그런 브랜드로 만드는 게 목표에요. 사람들이 굳이 제 홈페이지에 와서 템플릿을 구매하고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가 돼야죠.
- 글 최진수 에디터
- 사진 상호필름
<Work Smart>란?
누구나 일을 하며 한 번쯤 곤란한 순간을 맞이합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을 갑자기 해야 하거나, 내가 못 하는 일인데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럴 때면 우리 모두 한 번쯤,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크몽은 그럴 때 도움이 되기 위해 존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실력과 경력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크몽의 ‘Work Smart’입니다. 앞으로도 <Work Smart>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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