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루틴과 휴식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프리랜서에게 왜 ㅇㅇ이 중요할까?
2024-09-02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콘텐츠,
사람들이 먼저 알아봐요.
최근 ‘로컬’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인다. 로컬 브랜드, 콘텐츠, 인플루언서까지. 어디에나 붙여도 뭔가 세련돼 보이는 표현처럼 쓰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로컬의 진정한 의미는 그 동네만의 매력, 색깔일 것이다. 이는 평생 마포에 살며 동네 주민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공간을 발굴해 온 ‘도보마포’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다. 플레이리스트부터 팝업 스토어까지, ‘로컬’로 색다른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그만의 Work Smart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어떻게 단순한 ‘동네 소개’가 아니라 ‘지역의 느낌과 매력을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을까?
Q. 현오 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마포구에서 나고 자란 36년 차 주민 신현오라고 합니다. 마포구의 매력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도보마포(@dobomapo)를 운영하고 있어요.
Q. ‘마포구에서 나고 자란’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실제로 살아온 것이 계정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특정 지역을 소개하는 계정은 많지만, 평생 한 동네에서 산 경우는 적을 것 같아요. 저에겐 그게 차별화 포인트죠. 동네를 구석구석 아는 사람이 소개해 준다는 믿음도 생기고요. 그래서 저를 소개할 때 ‘마포구에서 나고 자랐다'라는 문장을 꼭 넣습니다. 제 콘텐츠에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Q. 본격적으로 공간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어떤 장소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냥 카페가 아니라 ‘본래 유치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카페라고 하면, 그곳이 변화한 과정이 궁금해지잖아요. 그런 식으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게 재밌었어요. 제가 친구들 데리고 다니면서 투어도 했을 정도로요(웃음).
그런 저를 로컬 큐레이터로 이끌어준 공간은 망원동 육개장집 ‘육장(肉醬)’이었어요. 음식도 맛있었지만, 인테리어가 압도적이더라고요. 바(bar)처럼 만든 U자형 테이블, 탁 트인 주방에서 사장님의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일본식 잔이나 자기 그릇, 폐교된 학교의 농구코트 바닥으로 만든 벽지처럼 독특한 포인트들도 많았고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을까 더 궁금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졌어요.
그때 깨달았죠. 아, 나는 이렇게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공간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이런 곳이 마포구에 많이 몰려 있구나. 이것이 바로 도보마포 계정의 정체성이자 방향성이 되었어요.
Q. 도보마포를 ‘로컬 콘텐츠 매거진’처럼 운영하는 것도 앞선 경험과 관련 있을까요?
맞아요. 사실 제가 SNS를 시작할 때도 이미 맛집, 카페 소개하는 계정들은 많았어요. 저는 그들처럼 미식가이거나, 감도가 높거나,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마포 DNA’가 차별점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평생 살면서 마포라는 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포구스러운 공간과 브랜드 그리고 콘텐츠’를 소개하는 매거진을 지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정갈한 이미지, 위트 있는 카피가 돋보여요. 지금의 콘텐츠 형태가 갖춰진 과정은 어땠나요?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과정에서 지금 형태로 정리된 것 같아요. 공간 사진은 따로 보정하지 않고 전반적인 느낌을 잘 담는 데 집중했어요. 여기에 유머러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호기심이 생기는 카피를 쓰려 노력했죠.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읽히지 않으면 소용없으니까요. 또 다른 포인트는 ‘너무 진지하지 말자’였어요. 저도 결국 40만 마포구 주민 중 한 명이잖아요. 제가 좋다고 생각한 공간도 누군가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서 ‘무조건 가야 하는’처럼 단정적인 표현은 되도록 안 써요. ‘내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엔 이 공간이 좋아 보였어’라는 인간적인 면을 유지하려 합니다.
Q. 콘텐츠를 만드시면서 큰 도움이 된 크리에이터나 브랜드가 있을까요?
가수 윤종신 님이요. 정말 꾸준히 음악 활동하시고, 가사도 잘 쓰시잖아요. 그분이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라는 책에 이렇게 썼어요. 노랫말을 만들 때, 듣는 사람이 해석할 수 있게 일부러 틈을 준다고요. 윤종신 노래 중에는 ‘어딜가야 하나요 아저씨’처럼 뜬금없지만 현실적인 가사들이 많잖아요. 그런 게 귀에 탁 걸리고 계속 기억에 남죠. 그래서 저도 글을 쓸 때 익숙한 표현을 살짝 비틀어보려 노력해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커피가 곱다’처럼요.
Q. 콘텐츠 제작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콘텐츠 시작에 앞서 두 가지 기준이 존재해요. ‘도보마포스러운가?, 도보마포 구독자(동네 주민)이 좋아할 만한가?’. 이 기준들에 맞으면 직접 가서 경험해 보고, 허락을 받은 후에 사진을 찍죠. 그다음엔 그 공간만의 스토리, 경험 포인트 등을 정리해요. 여기에 저의 ‘드립 모음’을 참고해서 카피를 써요. 예능 콘텐츠나 유머러스한 이미지, 만화 같은 걸 보면 특히 기억에 남는 표현들이 있는데요. 그런 게 보일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게 제 보물창고예요(웃음).
Q. 이전 인터뷰에서 ‘마포스러움’, ‘편안함’, ‘진정성’을 기준으로 공간을 바라본다고 하셨는데요. 현오 님이 선택하신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자연스러운 친근함’이 ‘마포스러움’ 같아요. 마포에는 단골 손님이 산책하다 들르거나 사장님과 동네 주민들이 안부를 주고받는 곳들이 많은데요. 신기하게 그런 곳들은 사장님 취향이 짙게 배어 있어요. 손님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누구나 환영하는 마음, 진정성이 느껴지고요. 성수동이나 여의도 같은 곳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힙한 곳은 왠지 잘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잖아요. 마포스러운 공간은 스타일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고, 사장님하고 스몰 토크도 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로컬 콘텐츠를 만드시면서 콘텐츠 전문가 데브디(Dev.D)님과도 협업하셨는데요. 어떤 업무를 함께 하셨나요?
팔로워가 2만 명 되었을 때, 재미 삼아 '마포능력검정고시'를 기획했어요. 이른바 홍대병이라며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동네 자부심이 대단했기에, 시험을 만들어서 풀어보게 하면 어떨까? 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죠. 그리고 800명 가까이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스토리로 시험 결과를 공유했죠. 그리고 나중에 이 테스트 포맷으로 참여형 콘텐츠를 제대로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크몽 전문가 데브디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연예인, 취미활동 등 라이프스타일을 기입하면 어울리는 마포구 동네를 결과물로 보여주었죠. MBTI 테스트에서 따온 MapoBTI 테스트였습니다. 약 3,000명 가까운 분이 참여하는 성공을 거두었어요.
Q. 데브디님과 함께 일하신 과정은 어땠나요?
우선 크몽 페이지에서 데브디 전문가님의 작업물과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결과물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결과물이 명확한데, 데브디 전문가님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를 알고 시작하니까 훨씬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죠. 결국, 개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동네를 추천해 주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Q. ‘MapoBTI 테스트’ 이후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셨어요. 협업을 결정하시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뻔하지 않은 협업’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해요. 팔로워분들에게 신선하고 재미있는 콜라보를 선보이고 싶거든요. 그래서 매번 다른 주제와 형태로 진행하려 노력해요. 이전에 굿즈를 만들었다면 이번엔 팝업 스토어를, 다음엔 참여형 이벤트를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서 느끼는 만족감도 커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이렇게까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매번 깨닫거든요. 도보마포가 하나의 계정을 넘어, 브랜드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Q. ‘도보마포’도 어느덧 3살이 되어가는데요.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의 마포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동네만의 개성이 더 뚜렷해졌어요. 예전에는 마포가 단순히 편하게 놀러 가기 좋은 동네 중 하나였거든요. 지금은 ‘이런 게 마포 감성이지’ 같은 공간도, 그런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도 더 자주 보여요. 지역마다 고유한 색깔이 짙어져서 더 좋다고 생각하고 저도 거기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 중이죠.
몇 달 전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 리플레이(Leeplay)님과 협업한 일이 있었어요. 연남동, 공덕동처럼 마포 동네별 감성을 담은 음악들을 편집해서 선보였는데요. 사람들 반응도 좋았지만, 기획자로서도 너무 기뻤어요. ‘동네의 분위기를 청각적으로 느낀다’는 경험 자체가 너무 신선한 개념이잖아요. 확실히 동네별 특색이 선명해지고, 그걸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렇게 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지금, 도보마포님은 ‘로컬’이나 ‘로컬 큐레이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로컬'이란, 동네를 브랜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키, 애플, 파타고니아처럼 마포구라는 동네도 무형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잖아요. 요즘 로컬 큐레이터라는 타이틀로 활동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저는 그것 자체가 이 신(scene)이 활성화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하지만, 단순히 동네의 맛집이나 카페를 소개한다고 '로컬 큐레이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동네만의 색깔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무엇보다 동네 주민들의 공감을 사야 하거든요.
한때 문래동 되게 유행했잖아요. 뉴스에도 나오고 추천 콘텐츠도 많았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문래는 공업지대여서 그 동네에 사는 주민이 없더라고요.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에 가까웠던 거예요. 한 동네가 반짝 유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오래 간다고 생각해요.
Q. ‘꾸준함’이 중요한 건 알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현오 님은 어떻게 꾸준함을 지키고 계신가요?
제가 도보마포를 시작할 때 ‘1년 동안 매일 콘텐츠 올리자’ 이것만 생각했어요. 잘 되든 안 되든 내 브랜드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한 3~4달이 지나고, 콘텐츠가 120개쯤 쌓였을 때 반응이 오더라고요. 보통 3개월쯤에 많이들 포기한다고 들었어요. 저도 힘들 때가 많았지만, 아예 1~2주 치 정도 콘텐츠를 미리 만들어두면서 요령이 쌓였죠. 지금도 그렇게 작업하고 있고요.
이제는 그런 꾸준함이 도보마포의 정체성이 됐어요. 콘텐츠가 좀 뜸하다 싶으면 DM이 오거든요. 무슨 일 있냐고(웃음). 처음부터 팔로워 몇 명 같은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 내가 만들고 싶은 걸 계속 쌓는 게 오래 갈 수 있는 방법 같아요.
Q. 꾸준하게 일하기 위한 현오 님만의 ‘Work Smart’는 무엇인가요?
나보다 잘할 수 있는 건 확실하게 믿고 맡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도보마포 계정을 운영하며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문성이 필요하거든요. 그래픽디자인, 웹페이지 관리, 콘텐츠 발행 등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전문성이 없어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어김없이 크몽부터 탐색해 봅니다. 단순히 일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고민하고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그런 파트너십. 크몽 덕분에 새롭고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께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너무 뻔하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게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꾸준하게 하는 것도 내가 정말 좋아야 가능하거든요. 저는 도보마포를 시작할 때부터 제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컸어요.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운영하기 때문에,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퇴근 후 밤을 새우면서까지 콘텐츠를 만들었거든요. 왜 그렇게까지 하나 볼 수 있겠지만, 제 콘텐츠를 믿고 봐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게 기뻤어요.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누가 안 시켜도 스스로 신나서 하는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또 제가 요즘 달리기를 열심히 하는데요. 배우 유해진 님이 <나영석의 나불나불>에서 한 말이 되게 자극이 되더라고요. “산을 가고 싶으면 신발을 신어라, 그럼 벌써 반이 해결된다”였는데, 콘텐츠 만드는 것도 똑같은 것 같아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면, 일단 어떤 식으로든 시작해 보세요. Just do bo!
- 글 최진수 에디터
- 사진 상호필름
- 장소 스캐터북스
<Work Smart>란?
누구나 일을 하며 한 번쯤 곤란한 순간을 맞이합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의 일을 갑자기 해야 하거나, 내가 못 하는 일인데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그런 순간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럴 때면 우리 모두 한 번쯤,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크몽은 그럴 때 도움이 되기 위해 존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실력과 경력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빠르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크몽의 ‘Work Smart’입니다. 앞으로도 <Work Smart>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