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비군과 예비군, 그리고 용병, '휴먼 클라우드'
송길영 작가가 말하는 ‘휴먼 클라우드와 한국 기업의 미래'
2025-07-17

송길영 작가의 지난 글에서는 하나의 직업, 한 곳에서의 노동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시작된 삶의 변화를 살펴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가 말하는 휴먼 클라우드의 출현과 한국 기업의 일하는 트렌드와 변화의 도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작성자ㅣ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 저자
주목받는 K, 새로운 기회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접두사 K가 매력으로 다가오며 전 세계의 청년들이 성지순례처럼 그 원류가 발원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수혜주는 한국의 브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라네즈’와 ‘조선미녀’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에 없는 한국인들이 쓰는 소비재에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식당과 카페뿐 아니라 화장품, 패션, 식품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전 세계에는 없는 ‘한국 브랜드’입니다. 명동과 성수동의 드럭스토어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해외 관광객으로 채워질 만큼 이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이 주춤하고 인구도 늘지 않는 한국의 소비시장에 새로운 활력의 전조가 보입니다. 새로운 기회가 오면 많은 브랜드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 확장을 도모합니다.
그러나 최근 만난 한 한국 브랜드는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며 도모한 조직 확장의 과정에서 문화 갈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오손도손 일하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과정에서 백 명이 넘는 규모로 갑자기 구성원이 늘어나자, 피로감을 느낀 것입니다. 동종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 온 소중한 사람들이 속속 조직에 합류하면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혼란에 빠졌다 합니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사업이 쇠퇴하며 함께 일하던 소중한 분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이곳은 계속 사업이 확장하고 있기에 겪는 성장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계마다 관찰되는 전형성이 있습니다.
협업의 새로운 방안
첫 번째 어려움은 작게 시작한 조직이 이미 규모를 키운 조직에서 관리자를 데려오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발생합니다. 공급업체의 선정이나 물류, 품질관리와 재무 등 많은 전문 업무는 그 규모에 따라 복잡도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그 경험을 가진 큰 조직의 전문가들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니, 그들을 영입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빠른 선택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회사의 규모와 단계에 따라 구성원에 대한 보상 체계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조직은 시작하는 회사와는 성장의 기울기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통상 높은 급여와 다양한 복지로 구성원들을 보상합니다. 그에 반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뭉쳐 현재의 어려움은 감내하며 살고 있던 기업은, 그 보상의 체계가 우리사주나 미래 성과급 등으로 설계됩니다. 문제는 이미 높은 급여와 복지로 삶을 누리던 사람에게 후자의 새로운 조건이 낯설다는 것입니다.
최근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많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휴먼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1주일에 2일 혹은 3일만 일하는 조건으로 상호 간의 합을 맞춰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풀타임으로 고용하면 100의 연봉이 필요하지만, 출근과 업무의 규모를 줄이고 50의 급여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의 구분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제공하면서 서로에게 부담을 나누는 연착륙을 도모하는 방식입니다. 전문가 역시 복수개의 조직과 일을 해 나가며 본인의 전문성을 기르고 향후 가능성에 대한 선택지를 늘리는 장점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누적된 단계의 관행
두 번째의 어려움은 규모가 큰 회사에서 온 매니저가 다시 자신을 위한 스태프 구성원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팀장의 직급으로 새로 온 매니저가 대표이사와의 면담에서 “저는 팀장이지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함께 업무를 할 스태프를 3명 충원해 주세요.”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은 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의 특성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인원으로 소수의 사람이 전체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큰 기업은 업무의 분화와 협력 시스템이 공고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해 온 조직은 인력의 양성과 지식의 전수를 체계적으로 설계, 운영해 왔습니다. 이 시스템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투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 여력이 아직 부족한 기업의 경우 이 투자가 비용으로 인식되기 일쑤라는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시스템이 악용되면 실무 능력이 사라지는 매니저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팀장이 요청해서 충원한 3명의 스태프 역시, “저는 파트장이기 때문에 저를 위한 스태프가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일을 위한 조직의 단계가 무한 증식하는 관료주의의 어두운 그늘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휴먼 클라우드를 통한 전문성의 거래는 팀이 아닌 개인의 역량을 요구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지만, 그 단위는 각자가 되며, 누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전가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문제를 맡으면 해결하고 다른 사건을 위해 떠나는 해결사와 같이 문제에 집중할 뿐, 조직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따라서 계속 늘어나는 단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일
세 번째의 문제는 늘어난 업무가 항구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회와 조직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며 많은 업무들이 자동화, 외주화 되고 있습니다. 자사 몰에서 물건을 팔던 업체가 성장해서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입주하거나, 혹은 해외 배송까지 가능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경우 물류 체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자사 몰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하나씩 지워가며 손으로 포장해서 보내고, 반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하나씩 전화로 응대하며 다시 포장을 뜯고 검수했다는 이야기는 모든 시작하는 업체들의 낭만적인 회상입니다. 이후 제3자 물류(3PL) 시스템에서 로봇이 재고관리와 배송을 맡고 상담은 AI 챗봇이 수행하는 단계로 확장하며 처음 포장하던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는 소용을 잃게 됩니다. ‘물류’라는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해도 우리의 창고와 배송의 네트워크를 효율화하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나 데이터 분석가가 새롭게 팀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첫 단계에서 늘어나는 주문의 포장만을 위해 정규직 구성원들을 수백 명 고용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전체 물류 시스템을 개선하고 외주화하는 경우, 이후 그들의 커리어를 조직이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휴먼 클라우드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조직과 참여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줍니다.
새로운 세대의 많은 이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직업의 생멸은 빨라지고 개인의 생애는 길어지며 그들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낡은 것이 되고 있습니다. 그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경력을 쌓아가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마다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싶기에 원격근무나 유연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성을 고려해 본다면, 휴먼 클라우드는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떠오르게 됩니다.
휴먼 클라우드를 준비하는 사회
이처럼 휴먼 클라우드는 AI와 자동화로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지금 세상에서 조직의 생존을 위한 완충재로 작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밋빛의 전망만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아닙니다. 조직이 개인을 안고 가던 이전의 제도와 규칙이 이완되며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이 서툰 개인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사회적 안전망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정규직 중심의 사회보장제도로는 휴먼 클라우드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을 세밀하게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프리랜서와 긱 워커를 위한 새로운 사회보험, 퇴직연금, 직업교육 시스템 등이 정비되고 새롭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노동에 관련된 법률 역시 플랫폼 경제와 휴먼 클라우드의 특성을 반영해서 새롭게 합의되고 정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직은 휴먼 클라우드를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첫 번째로, 업무의 범위와 성과의 지표를 미리 정의해야 합니다. “김 대리, 와서 이것 좀 잠시 도와줘요.”와 같은 모호한 업무의 지시는 오해와 갈등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다시 잘 좀 해 와요.” 같은 문장은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회사 생활을 어둡게 만듭니다.
두 번째로, 함께 일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정립해야 합니다. 물리적인 위치에서 함께하지 않아도 일정한 단위의 체크인이나 상시 진행 상황 공유의 플랫폼 사용 등을 통해 불필요한 점검이나 주간 업무보고와 같은 에너지의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결과 중심의 피드백을 규칙화해야 합니다. “어제 몇 시에 출근했나요?”가 아니라 “이 기획은 어떤 성과를 기대하나요?”와 같이 과정이 아닌 결과의 품질과 완성도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더 큰 성과로 이어지도록 개선의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네번째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정서적, 업무적 공감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휴먼 클라우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전체 조직의 업무와 그 결과에 대해 비전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어야 그 결과의 순도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단속적인 관계로 늘 함께 일하는 이들과 유대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를 준비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과 측정을 단순한 시간 기준이 아닌 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프로젝트 완료율, 품질에 대한 기준, 고객 만족도 등 다면적 평가를 통해 성취한 이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훌륭한 결과를 보여준 이의 성취에 보상함으로써 더욱 많은 전문가가 함께할 수 있는 명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휴먼 클라우드 운영의 비결이 됩니다.
소수정예, 새로운 조직의 원칙
이제 필요할 때마다 청할 수 있는 인력의 클라우드가 형성되며, 각 조직의 구성원은 정예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주요한 업무는 시작하고 성장하는 이들이 맡습니다. 그리고 성장의 시기마다 필요한 이들이 구름처럼 모여서 돕고 다시 안개처럼 흩어져 다른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의 구름이 전체 사회의 요소마다 혁신의 여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소수정예’라는 말 또한 예전의 전쟁에서 시작한 말입니다. 누군가의 침략으로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자원을 나누어 병력을 키웠습니다. 한 번의 싸움은 건곤일척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그 정예를 키우는 것에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날카롭게 벼려진 정규군은 느슨한 예비군을 물리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전장에서 쉼없이 전쟁을 치뤄온 베테랑 용병은 때로 정규군의 기세에 원숙한 기예를 더합니다. 휴먼 클라우드 속 베테랑 용병이 정규군의 어려움을 돕는 가장 효율화된 시스템이 사회의 곳곳에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사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1화 보러 가기
- 3화 공개 예정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협업하는 클라우드형 인력 시스템을 말합니다.
프리랜서는 개인 단위이고, 휴먼 클라우드는 기업과 개인이 플랫폼을 통해 구조적으로 연결되는 협업 방식입니다.
자동화·플랫폼화가 진행되며 유연한 협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고정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업무 범위와 성과 지표 정의, 소통 구조, 정서적 공감체계 구축이 필수입니다.
자기주도적 업무 수행력, 문제 해결 능력, 프로젝트 단위 결과 중심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휴먼 클라우드는 단계 없이 개인 단위로 문제를 해결하며, 위계보다 역량 중심 구조입니다.
성과 기반 보상체계와 사회제도 정비가 병행된다면, 장기 파트너십 구조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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