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잡 권하는 회사, 그게 가능해?
N잡 장려하는 크몽
시차를 넘어선 글로벌 협업, '휴먼 클라우드'
2025-03-19
하나의 직업, 한 곳에서의 노동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 크몽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방식대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로도 이어지는데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가 업무의 시스템화와 더불어 새로워진 일의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주말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를 정리하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나와 함께 일해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어떨까?”
세끼의 식사만으로도 하루 8시간의 근무를 해내는 인간의 몸은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냉각과 정비를 위해 우리는 매일 잠을 자고 쉬어야 합니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잠이 드는 삶은 우리 몸의 한계에 맞춰 효율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낮처럼 불을 밝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은 3교대로 대변되는 철야의 노동을 인류에게 배가하였습니다.
고단한 구둣방 작업자의 마무리하지 못한 잔업을 대신해 주는 작은 요정들의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 내 일을 누군가 해주는 것은 모두의 꿈과 같습니다.
시차를 넘어선 글로벌 협업
십수 년 전 만났던 한 기업은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잠을 자야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의 생리적 한계는 시차의 장벽과 마주하였습니다. 구성원들이 매일 밤을 새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능동적인 CEO의 해결책은 뉴욕과 런던, 그리고 한국에 사무소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시차가 존재하는 세 군데 오피스를 열어 고객 지원뿐 아니라 끊임없는 개발을 이어 나간 것이었습니다. 그 기업은 통상 하루 한 번도 어려운 시스템의 업데이트를 연간 1,000회를 넘기며 해 나가 경쟁업체 대비 3배의 속도로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한 도시에서 삼교대로 이루던 효율을, 대륙을 넘어 만들어 낸 결기에 감탄의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게 이러한 투자는 꿈꾸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해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직접 연결되고, 그들이 각자 능력과 시간을 보태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줄 수 있는 생태계가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혹은 ‘분산된 인재들의 플랫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누구나 어디서든 자신이 가진 역량을 공유할 수 있고, 동시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이들을 간편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협업이 ‘가상 공간’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다는 뜻입니다.
협업의 가상화, 그 동인들
어떻게 이런 협업이 가능해진 것일까요?
첫 번째, 업무의 시스템화가 이루어지며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시스템의 연결성이 커지며 협업의 방법이 가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세 번째, 팬데믹 기간 중 비대면의 업무를 꽤 긴 기간 동안 해 본 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효율적인 협력의 방법과 매너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생산의 오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만듭니다.
예전 ‘생산’은 무언가 물건을 만드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직관적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그릇이나 칼을 만드는 공방이 떠오릅니다. 물레를 발로 돌리며 흙을 빚거나 달궈진 쇠를 망치로 내려치며 날을 세우는 장면은 ‘공방’이라는 장소를 전제로 했듯이, 생산과 장소는 떼어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그 당시의 사회에서는 직주근접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만큼 이동이 드물었고, 눈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드는 삶은 18세기까지 우리네 일상이었습니다.
새로운 동력이 개발되고 설비가 거대하게 자리 잡으며 공장이라는 생산 모둠이 일반화되자 대규모의 인원이 정시에 함께 모여 기계와 자기 삶의 박자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불과 200년밖에 되지 않은 풍습입니다. 물론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는 직업은 존재했습니다. 헤밍웨이가 타자기가 들어있는 트렁크 케이스를 들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써낸 것과 같이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 직거래의 효율
이제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더 많은 업무가 가상화되며 같은 장소와 동일한 시간으로 한정되던 일이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조직에서, 그리고 개인에서 각자의 필요에 의해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직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 사람의 모든 시간을 요구할 만큼 그 조직 내 특정 업무의 총량이 많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풀타임으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적합하지 않은 업무를 할당하면 힘들게 쌓아 온 그 사람의 경력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업으로 고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외주화하기 위해 중개 기관을 거쳐 업무를 위탁하곤 하는데, 이 경우 부가가치가 온전히 개인에게 전달되지 않기에 시장 참여자들의 동기가 저하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플랫폼을 통한 직거래를 통해 조직과 개인은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자 하는 욕구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도시의 바쁜 템포보다 여유로운 자연의 흐름을 선호합니다. 이동과 거주의 비용을 줄이고픈 이들에게 자신의 근무 환경을 정할 수 있는 자유는 물질적 보상이나 조직에서의 역할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동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출퇴근의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비용 자체를 낮출 수 있는 선택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조직과 개인 간의 수요와 공급의 장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하나씩 학습해 나가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새로운 방식의 협업에 예기치 못한 촉매가 투입됩니다. 팬데믹 시기에 전 인류는 원치 않던 비대면의 새로운 규칙을 학습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플랫폼 경제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쌓이며 네트워크상에서의 평판과 보상에 대한 규칙이 광범위하게 인지되었습니다. 차량 공유에서 음식 배달을 넘어 집 안 청소로 확장한 플랫폼 경제는 이제 기술과 재능이 필요한 업무 분야에서 더욱 심화되어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확산의 가장 큰 전제는 협업을 위한 업무의 정형화, 그리고 협업의 프로토콜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시스템으로 교육받은 학생들은 구글 독스, 슬랙과 노션 같은 업무 공유 시스템들을 통해 가상의 협업에 익숙하게 적응합니다. 오래전 사무실에서 구두 업무 지시 후 결과를 종이로 출력해서 결재판에 끼운 후 대면으로 보고하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줄 간격과 오탈자를 짚어낸 후 다시 해 오라고 결재판을 돌려주던 방식은, 숙제를 빨간펜으로 검사받던 수십 년 전 학교의 모습과 같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현재의 진척도가 실시간으로 보이며 업무의 주간 보고마저 필요 없게 된 지금의 협업 시스템은 성과 측정의 대시보드를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성을 제공합니다. 이제 누구도 감독하지 않고, 누구나 스스로를 독려하는 공정한 협력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조직과 개인, 건강한 수평적 관계로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과 개인 간의 관계가 수직에서 수평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흔히 조직의 녹을 먹고 있다고 이야기하던 예전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는 무생물인 조직이 생명체인 개인을 포괄하는 기이한 형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충성과 애사심이라는 정체 모를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인 비대칭의 관계는 멸사봉공과 선공후사라는 비장한 숙어를 일상적 경제행위에 결부시키는 과장된 수사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조직이 개인을 포괄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등하게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등하지 않다고 느끼는 관계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자유의지를 스스로 억압하는 자기 검열적 사고와 태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맹목적 집단주의는 자칫하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관행에 대해 침묵하거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는 시도를 주저하는 부작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전제로서 집단을 상수화하는 경우, 집단의 구성원들이 기존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규칙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나약해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의견의 갈등이나 새로운 선택의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 전제는 서로의 관계가 대등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필요할 때 만나고 서로의 가치를 주고받음 후에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쿨한 만남은 심리적 종속감을 낮춰주는 선순환의 사이클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관계의 여백은 다시 다양한 조직과의 새로운 만남의 여유를 허락합니다. 그리고 관계의 다양성은 개인에게 생존의 무게가 여러 갈래로 분산되는 안정감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개별자가 늘어나며 참여자의 숫자 제곱에 비례하는 네트워크 효과는 급증합니다. 그에 비례하여 플랫폼의 효용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신규 참여자가 시장으로 유입됩니다.
홀로 선 개인, 더 큰 네트워크로
다음 단계는 한 조직에서 큰 사회로 협업의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한 조직에서 모든 일을 맡던 개인은 이제 더 작은 전문 분야로 자신의 역량을 벼릴 수 있게 됩니다. 한 조직에서 기여하는 총량이 자신이 풀타임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금전보다 작은 경우 전문성을 유지해 나가며 고용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점에 고르게 분포된 수요에 맞추어 역량을 제공하는 것은 낟알 줍기와 같이 롱테일을 확보하게 되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부담을 줄여주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큰 시장의 수요자와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과 이전의 업에서의 경험과 성취를 자산화하여 자신의 역량에 대한 증거를 객관화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경력서에는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고객의 피드백과 성취의 객관적 사실이 축적되어 종합적 평판으로 증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자기 일에 대한 증거주의와 자산화는 모든 협업의 대상자들에게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링크드인과 같은 서비스들은 업계의 수요자와 동료들로부터의 평판을 수치화시키고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하는 행위들을 시스템화하고 있습니다.
큰 호두알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낟알들이 함께 섞인 듯한 협업은 좀 더 조밀하고 낭비 없는 효율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한 조직의 효율화는 앞에서 이야기한 국제적 3교대 시스템과 같이, 다른 조직 대비 상대적 경쟁력을 만들어 나갑니다. 이처럼 계속되는 발전의 모습은 석기시대에서 청동기를 거쳐 철기로 오는 문명의 흐름을 가속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합니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은 나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만나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공항에 늘어선 택시의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을 막아주는 것처럼, 평판은 더 이상 지리적 위치에 한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셜 맥루한이 1960년대에 이미 언급한 지구촌이 우리의 일터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변화 속, 개인은 본인의 이름을 찾고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사회가 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N잡 장려하는 크몽
N잡으로 본업의 역량까지 키우는 노하우
나의 전문성을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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