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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가 귀촌을 하고 집을 짓기까지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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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하고 싶은 집이 아닌 살고 싶은 집에 살고 있을까?”


퇴사 전 딩크족까지 결심한 아내와 나는 인생 최종 목표인 ‘시골에서 살기’라는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회사에 사표를 내고 바로 귀촌하기로 결심했다. MBTI가 INTJ인 나는 한 가지를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계획하고 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귀촌’ 역시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이때도 주변 사람들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귀촌하기 전에 먼저 월세로 살아보고 결정하는 게 어때?’, ‘아파트를 팔고 귀촌하면 나중에 후회 안 하겠어?’ 등등… 그러나 내가 시골에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틀에 박힌 인생을 살기 싫었고, 내가 아닌 남이 정해놓은 틀 안에 사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어진 집이 아닌 땅부터 고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계획적인 나는 땅을 33곳이나 찾아내어 주말마다 4곳씩 방문하였다.


하지만 그 계획은 첫날 바로 무너졌다.

소안재를 짓는 과정과 설계 계약서 사진

처음 방문한 땅이 지금 소안재가 지어진 땅이다.


한겨울 눈이 내렸고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지금 소안재가 지어진 땅 위에 올라서니 바람은 잔잔해졌고 눈은 보슬보슬 예쁘게 내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렇게 바로 다음 날 매매 계약을 했고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집 이름인 ‘소안재’는 작을 소, 편안할 안으로 ‘작고 편안한 집’이라는 의미가 있다. 집은 사람을 닮는다고 했던가. 이는 나의 인생관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준비되고 첫 삽을 뜨기 전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로 결심하였다. 지금의 집과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이름인데,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의 도움을 받아 지어졌다. 집의 컨셉을 알려주고 내용에 맞는 이름을 지어주세요 라는 주제의 글을 올렸다.

집의 컨셉


1. 와이프, 나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 거주

2. 1층 30평, 다락 7평의 작지만 알찬 집(*실제 설계하면서 죽는 공간 하나 없이 진행)

3. 미니멀리스트의 시작

4. 사람들이 놀러 와 안정을 찾고 마음이 편안한 집

6. 글자 수는 3글자

집을 짓는 사진

그렇게 피드가 올라갔고 무려 100명에 가까운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셨는데 그중에 딱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소안재'. 작명이 취미라고 했던 분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셨다.


小安齋(소안재) :
1. 작지만 편안한 공간.
2.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공간.


작을 소(小), 편안할 안(安)의 해석이 가능하지만, 형용사인 소안하다(小安하다) - '작은 일에 만족하고 더 큰 뜻이 없다'의 어근, 소안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齋(재)’는 숙식 등 일상적인 주거용이거나 혹은 조용하게 독서나 사색하는 용도로 쓰이며 보통 건물의 서열 ‘전당합각재헌루정(殿堂閤閣齋軒樓亭)’중 중간에 해당되어 너무 고급스럽거나 규모가 크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곳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어서 집의 컨셉과도 잘 맞을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해봤다.

소안재를 짓는 사진

그렇게 1주일 만에 이름을 정하게 되었고 그 이름은 2년 동안 정체성을 담아내어 더 견고해졌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소안재라는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곤 한다.


회사에 다녔을 때 처음 4년간은 설계일을 하고 그 후 6년 동안은 전략구매팀 일을 했었다. 매주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시작부터 마무리 후 모니터링까지 업무 범위 100%를 이끌어가야 했다. 10년의 회사 생활이 집짓기 할 때도, 사진작가를 할 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중에 시골에 집짓기 역시 0% 단계부터 100% 단계까지 처음부터 설계를 해놓고 그저 집중하고 체크하며 실행할 뿐이었다.


사람마다 다를 순 있지만 나에게 있어 집짓기의 0단계는 바로 건설사 알아보기였다. 이는 생각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었고 사실 퇴사를 결심하기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간기록’이라는 건축 회사와 집에 대한 주제로 소통하며 지내왔었다. DM으로도 종종 속 얘기를 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그렇게 가볍게 대화하다가 ‘나중에 혹시 집을 짓게 되면 ‘공간기록'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했었는데, 귀촌을 결심한 이후 다른 고민 없이 바로 ‘공간기록'과 일을 추진하게 되었다.

소안재를 짓는 사진

건축가 두 분이 직접 소안재가 지어지기 전 땅에 와서 직접 보고 미팅을 했다. 나도 직접 집에 대한 컨셉을 정리하여 사진과 글로 설명을 해드렸고 건축가분들에게 영감을 가득 전달해 드렸다. 집짓기를 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점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한 점은 무조건 남의 얘기를 듣지 말라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건축사분과, 하고 싶은 부분은 주도적으로 내가 다 제시하라고 말하고 싶다.

집짓기라는 것은 인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기회다. 그 기회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내 생각 없이 무조건 좋은 집을 지어달라고 맡기지 말고 내 생각 대로, 내가 필요한 대로 계획하길 바란다.


집을 지을 때 매달 현장에 방문하여 시트콤처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매일 올렸던 추억이 난다.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 있어 날마다 일상을 올리고 있다). 아마 팔로워 분들은 아시겠지만, 문제는 현장에서 갑자기 찾아온다. 정말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바로바로 해결해 나가는 희열도 있었다.

소안재에 있는 고양이 사진

첫 삽을 뜰 때의 일이다.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데 땅 안에 콘크리트가 있는 것이다. 땅 주인이 기존 집을 철거할 때 그대로 두고 흙을 메웠던 것이다. 바로 차를 불러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런 일은 또 있다. 집을 지을 때 오・폐수 관로와 우수관로라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것도 땅 주인이 두 개 다 작업이 다 되어 있다고 하여 해당되는 지점에 포크레인으로 파서 관로를 연결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오・폐수 관로라고 말했던 지점이 옆집으로 통하는 우수관로 였던 것이다. 만약 그 말을 믿고 그대로 연결했다면 우리 집의 오・폐수가 옆집으로 갈 뻔했다. 그때 바로 발견하지 않고 흙을 덮었다면 또 다른 대공사였을 것이다. 이를 또 땅 주인에게 연락해서 말하니 두루뭉술하게 말을 회피하는 게 아닌가. 그 이후 호되게 뭐라 하였고 동네 이웃인 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집을 지으며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완공하는 날을 꿈꾸며 레고 쌓듯이 공정하나 하나 마무리 될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집짓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심장병으로 입원 : 2020년 5월

2. 심장병 완치 : 2020년 10월 

3. 퇴사와 귀촌 결심 : 2020년 11월

4. 사직서 제출 : 12월 24일

5. 땅 매입 : 1월

6. 공간기록과의 첫 미팅 : 2월

7. 건축설계 진행 : 2~5월

8. 퇴사 : 4월 31일 (10년 45일 근무)

9. 측량 : 6월 7일

10. 착공 : 6월 15일

11. 집짓기 시작과 끝 : 6월 15일 ~ 9월 10일 (약 3개월)

완공된 소안재 사진

완공 후 이사 후 첫날 밤을 잊을 수 없다. 고양이들을 위해 설계할 때 공간을 마련한 부분들이 있다. 그곳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드나드는 모습을 보는데 얼마나 좋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보통 집짓기를 할 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기를 낳은 것과 같다고 한다. 고민하고 땅을 매매하고 입주까지 대략 약 10개월이 걸린다. 집짓기는 정말 쉽게 생각하면 안 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꼼꼼히 준비해야 함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다만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반드시 도전해 볼 만한 모험이다. 누군가는 집 지을 때 10년 늙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주도적인 사람들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오히려 10년 젊어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완공된 소안재 사진

귀촌 후 도시에서 느낄 수 없던 것들이 좋아졌다. 바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며 배경음악처럼 새소리를 듣고 있다. 4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고 언제 무채색에서 푸릇한 새싹이 나는지 하루하루 달라지는 꽃봉오리들과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혹자는 물어본다. 사는 데에 불편함은 없냐고. 그 질문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느끼는 편리함에 관련된 질문인데 오히려 귀촌한 뒤 편리함은 뒤로 하고 편안함이 더 가득하다. 주말마다 바쁜 일상을 보낸 친구들이 놀러 올 때면 하나같이 마음이 차분해지고 쉬는 기분이 든다고들 말한다.


나의 마지막 바람은 하나다.


많은 사람이 소안재에 들려 마음 편히 쉬었다 가는 것.


Bongresson

소안재 크리에이터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사라진다.

건축∙사진∙인테리어∙크리에이터∙소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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