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라이프
일하기 좋은 서울 카페 BEST10
2023-09-15

아침에 눈을 뜬다. 시계가 11시를 가리키고 있으니 아침이라 부르기는 좀 민망하지만, 여하튼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바로 커피를 내릴 준비에 들어간다.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머리를 깨우고 분위기를 내기에는 커피만 한 게 없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고 정성스레 브루잉을 하며 향긋한 커피 한 잔 완성.
이제 일 좀 해보자. 잠깐, 창밖에 비치는 햇살이 따스하다. 하늘이 파랗고 공기도 깨끗해 보이는 게 산책하고 싶네?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커피 마셔도 좋겠지? 옷 예쁘게 입고 맥북 놓고서 일에 열중하고 있으면 차가운 도시 남자 느낌을 풍길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지금 나는 프린팅도 다 지워진 늘어난 티셔츠에 팬티 차림. 테라스는커녕 햇빛도 잘 안 드는 방구석이다. 바로 앞에 침대가 보인다. 아, 포근하겠다… 잠깐만 누웠다 일어날까. 아무도 뭐라고 안 할 테고 이불은 뽀송하고 나는 피곤하다. 그렇게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다 보니 어느새 3시가 넘어간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다시 프리랜서다. 이제 9시 반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6시 반까지 회사에 갇혀 있지 않아도 된다. 맥북 하나만 있으면, 와이파이 연결만 되면 나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완벽히 자유롭다! 하지만 두렵다. 불안하다. 시키는 사람도, 감시하는 사람도, 티키타카 주고받는 사람도 없으니 의지가 약해진다.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는 것도 아니라서 회사에 다닐 때보다 일을 덜 하는 기분까지 든다. 그만큼 실력도 덜 쌓이면 어쩌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자유가 반만 주어지는 게 맞는 사람일지도 몰라.’ 완전히 풀어 놨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벙찌는 스타일이라면 이것 참 프리랜서로서 실격이다.

업무 공간의 측면에서도 애로사항이 크다. 회사를 안 가니까 집에서 일해야 한다. 근데 내가 집에서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게 문제다. 한없이 느슨해져서 일의 효율이 바닥을 친다. 집에만 있다 보면 나는 마감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할 개인 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져 내년을 기약하게 될 테다.
그렇다고 작업실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 여럿이 쓰는 게 아니라면 장소만 바뀔 뿐 어떤 긴장도 독려도 없는 혼자만의 업무 공간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일상의 환기를 준답시고 바다가 보이는 숙소로 워케이션을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나는 똑같이 눕게 될 것이다. 똑같은 자세로 유튜브에 접속하겠지. 그냥 바다에 간 눕는 사람일 뿐이다. 높은 비용까지 감당하느니, 차라리 카페를 전전하는 디지털 유목민 생활이 낫다는 결론이다.
안방처럼 퍼질러질 순 없지만, 동시에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는 곳. 말없이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자 이름 모를 동료가 되어주는 공간. 적절한 자극과 긴장, 자유가 공존하는 카페로 나는 오늘도 일하러 간다. 물론 정기적으로 출근할 카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 잘되는 곳만 골라 매번 다른 카페로 다니는 건 더더욱. 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 나만의 까다로운 조건을 두루 충족하는 곳을 찾는 것보다 그 까다로운 조건이 대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일하기 좋은 카페’의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는 누구나 그럴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분위기 좋고 세련된 카페에 가봤다. 인테리어가 감각적이고 멋있는 사람들이 즐비한 곳에서라면 나 역시 ‘Cool & HIP 바이브’를 이어받아 아이디어도 솟아오르고 글도 술술 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기분은 기분이고 능률은 능률이다. 좁디좁은 데 다리 고정도 제대로 안 돼서 타이핑할 때마다 거세게 흔들리던 테이블 위에서 집중이 될 리가 만무하다. 어둑하게 내려앉은 노르스름한 조명 아래서는 눈만 침침해진다. 쿨 앤 힙을 찾아온 무리들이 자리가 없어 한숨을 내쉬며 문을 나서는 모습을 두 번 이상 목격하게 되면 똥줄이 타기 시작한다. 사장님이 이쪽을 자꾸 째려보는데 어떻게 몰입을 할 수 있을까.
반면 아예 독서실 같은 카페도 가봤다. 이따금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의 말소리 때문에 방해받는 게 그렇게 짜증 날 수가 없었다. 칼같이 정숙을 유지하는 분위기의 카페라면 뭔가 다를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다르지 않았다. 눈치 보는 건 똑같다. 내 타이핑 소리가 이렇게 컸나? 화상회의는 꿈도 못 꾼다. 한 시간만 지나도 몸이 근질거리고 숨이 막힌다. 하려는 일이 기도나 명상 따위가 아니라면 그냥 도서관에 가는 게 낫겠다는 걸 카페를 나서며 깨달았다.
얼마 전 드디어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았다. 그냥 괜찮은 수준을 넘어서 올해 가장 많이, 주기적으로 출근할 곳이다. 우선 집과 멀지 않아서 좋다. 지하철 이용 시간만 따지면 15분 정도 걸린다. 산뜻한 기분으로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자리를 잡고 앉아 노트북을 열 때, 몸도 마음도 쾌적한 상태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여기는 층고가 높고 햇볕이 잘 든다. 창문이 워낙 커서 탁 트인 대로변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오래 있어도 전혀 답답하지 않다. 허리가 안 좋은 나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푹신한 의자와 너무 낮지 않은 테이블, 적당한 데시벨의 백색소음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 정도면 일을 못 하기도 어려운 환경 아닌가. 비록 ‘인스타그래머블'하지는 않지만, 칼 같은 정숙 상태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사무실이다. 이 사무실의 이름은 투썸플레이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점이다.

프리랜서 생활의 가장 큰 이점은 내가 일할 장소를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사실. 자유는 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자유는 일의 능률에 대한 고민이 선행될 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 다니는 지난한 과정에서 나는 내가 일하는 방식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방식과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기에 조직이나 동료 같은 개념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업계 베테랑의 조언도 무의미하다.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일개미 본능이 깨어나는 작업 공간이 어디인지는 오직 내 몸만 알 수 있는 거니까.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나만 아는 베스트 워크플레이스. 발품은 배신하지 않는다. 부디 여러분도 속히 나만의 카무실(카페+사무실)을 찾기를 바란다.
☕️ Tip) 필자가 추천하는 일 하기 좋은 서울 카페
- 기본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매장을 추천하지만 이 리스트에서는 제외했다.
- 혼자 노트북 한 대 들고 가서 일하는 모습을 염두에 두고 추렸다.
- RDBK COFFEE SHOWROOM 서울 중구 동호로17길 13 1층
- RDBK COFFEE 을지로 서울 중구 창경궁로 20 크리에이터타운 호텔 1층 입구
- 네스트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 5층
- 코사이어티 서울숲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2-20
- 모리츠플라츠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74
- 헤비사이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로26길 31-6
- 텅 서울 종로구 율곡로 82 701호
- 올웨이즈어거스트 제작소 서울 마포구 연남로 71 1층 올웨이즈어거스트
- 카페 웍소베러 잔다리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88 원방빌딩 1F
- 프로토콜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