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로 알아보는 이별 전조와 이별을 막는 방법

‘환승연애’는 요즘 들어 무척 많이 들리는 단어입니다. 연애씬에는 해마다 유행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꼬시다’, ‘유혹하다’와 같은 언어로 표현하던 것을 최근에는 ‘*플러팅’이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플러팅: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서 하는 행동이나 말)

그렇다면 우리가 많이 이야기하는 환승연애는 정확하게 어떤 뜻일까요? 쉽게 설명하면 환승연애란 마치 버스를 환승하듯 기존 연애에서 새로운 연애로 갈아타는 것입니다. 현재 연애 중인 사람이 그 연애가 완전히 끝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연애의 끝나는 시점과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는 시점이 겹치는 것을 뜻하는 것이죠. 양다리나 바람은 이전 연애를 정리할 생각 없이 동시에 두 사람을 지속해서 만나는 것이지만 환승연애는 기존 연애를 정리하겠다는 뜻이 확고합니다.

한 사람과 연인 관계가 정리가 되면 다음 연애를 할 때까지 일정한 시간이나 텀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환승연애에는 이 텀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 연인과 관계가 이어지는 와중에 새로운 후보가 이미 그 사람의 연애씬에 등장해 있습니다. 비록 그 당시에 정식으로 사귀지는 않을지라도 어쨌건 간에 후보는 존재합니다.

(*티빙에서 방영중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3' | 출처: 티빙)

왜 환승연애를 하는 걸까?

1. 환승연애를 하려는 자의 입장

사실 환승연애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바람이나 양다리까지는 아니지만 일종의 예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환승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나서 현재의 연애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원래 끝나갈 연애에 다음 후보자가 우연히 뜻하지 않게 나타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바람이나 양다리와 달리 새로운 사람에게 현재 자신이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기존의 연인도 새로운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새로운 사람에게는 당연히 자신이 연애 중임을 밝힙니다. 반면 양다리나 바람은 기존의 연인이든 새로운 연인이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속이거나 둘 다 속이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환승연애를 하려는 사람은 환승연애가 전혀 나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승연애의 장점이라면 현재의 연애가 끝나도 지난 연애에 대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연애가 끝나고 난 다음 찾아올 수 있는 힘든 감정과 상황을 새로운 연애의 설렘과 행복함으로 덮어쓰기가 가능합니다.

2. 환승연애를 당하는 자의 입장

여러분이 연애 중이고 연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몇 번의 대화와 다툼 등 여러 가지 시도 끝에 마침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헤어지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헤어진 연인의 SNS에 누가 봐도 연애 중임을 알 수 있는 피드가 올라온다면 이때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여러분과 헤어지고 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기에는 헤어진 지 너무 얼마 안 되는 시점입니다. 어제 여러분과 이별하고 오늘 소개팅이라도 해야 가능한 상황인데 그게 말이 될까요? 당연히 환승이별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승이별을 당한 사람은 연애를 끝낸 이유가 순전히 우리 사이의 문제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만약 상대에게 새로운 후보자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쉽게 빨리 이별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과 헤어지는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상대는 여러분과 빨리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과 연애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고 생각하면 일종의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양다리나 바람과는 다르지만, 심적으로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양다리나 바람은 어쨌건 간에 내 연인이 내 곁에 있기라도 하지 환승연애는 명백하게 여러분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것이 됩니다.

(*깊어지는 오해로 고민하는 환승연애3 출연진들의 모습 | 출처: 티빙 유튜브)

3. 환승연애 누구 말이 정답일까?

환승연애를 한 사람과 당한 사람의 입장은 한 가지 지점에서 분명하게 갈립니다.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환승연애 당사자는 전 연애의 끝을 새로 갈아탄 연애 때문이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헤어졌을 연애에 공교롭게도 시기만 맞물렸다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환승연애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사람에게 새로운 연애 후보자가 없었다면 과연 자신과 이별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습니다. 환승연애의 관건은 기존 연애의 결별 사유가 두 사람에게만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사람에게도 일정 부분 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연애에서 환승이별이나 환승연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 모두의 문제는 아니라 할지라도 환승연애를 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기존의 연애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기적으로 의도치 않게 맞물리기는 했지만 기존 연인과의 관계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쪽에서 계속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환승연애를 경험한 사람들의 90% 이상이 이미 갈등 상황에 놓여있었고 자주 다투거나 다툰 이후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공백기에 환승연애가 이루어졌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문제와 갈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연인이 반드시 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환승연애에서 새로운 인연은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것입니다. 보험이 있으니, 이별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괴로움 없이 안전하게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반대로 환승연애로 인해 이별을 당한 사람은 상대가 보험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이별의 고통과 후유증을 겪습니다. 상대가 환승연애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헤어진 상대를 향해 엄청난 원망과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둘 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내 옆의 파트너만 낙하산과 보호대와 같은 각종 안전장치를 하고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결국 바닥에 떨어져서 다치고 피 흘리는 것은 나 혼자임을 알게 되었을 때와 그 상대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사랑했던 연인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상처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큽니다.

환승연애의 전조 증상 

그렇다면 환승연애가 이루어지기 전에 나타나는 증상은 무엇일까요?

1. 어떤 식으로든 갈등 상황이나 문제가 생긴다.

이는 반드시 우리 두 사람의 다툼이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환승연애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연애가 더는 행복하지 않은 연애일 때 환승연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연인과 많이 다투거나 연인이 지속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면 일단 환승연애를 위한 밑바닥은 다져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한 연애를 하는 커플은 환승연애가 이루어질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2. 연인의 입에서 자주 등장하는 새로운 사람이 있다.

이 밑바닥이 다져진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이라는 뼈대가 세워집니다. 새로운 사람의 존재는 매우 다양합니다. 실제로 상담해 보면 환승연애를 당한 사람이 연인의 새로운 사람을 아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상대의 직장에 새로 들어온 신입이라든가 모임이나 어떤 이유에서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물론 연인은 상대를 대수롭지 않은 그저 새롭게 알게 된 사람 정도로만 이야기하거나 그 사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신경 쓰이는 행동을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연인이 그 사람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연인의 입에서 유달리 자주 등장하는 빈도수입니다.

연인의 회사에 새로 신입이 왔는데 일을 못 한다며 비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여러분은 연인이 신입을 비난하는 입장이므로 함께 편들어주고 힘들겠다고 위로까지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내 연인의 입에서 등장하는 것입니다. 만나자마자 신입에게 홀딱 반한 상황이 아니라면 내 연인의 입에서 신입에 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환승연애는 갈등이나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연인에게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이 연인의 입에서 자주 나온다면 환승연애를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승연애를 막는 방법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연인 사이는 둘만의 갈등으로도 얼마든지 이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어느 한쪽에 새로 든든한 보험(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면 이별로 가는 길이 훨씬 더 빠르고 쉬워지는 것이죠. 다만 이걸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면 환승이별과 연애를 하는 많은 커플이 환승연애 직전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1. 공백기나 생각할 시간을 가지지 않기

환승연애를 하는 입장은 새로운 사람이 진짜로 든든한 보험인지 보장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연애가 끝나면 바로 이 사람이 바통을 이어받아 나의 새로운 연인이 되어준다는 확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확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을 잘 알아야 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되는 최고의 방법은 물리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환승이별 전에 많은 사람이 물리적으로 소원해지거나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등 공백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백기는 환승연애의 최대 수혜자가 될 사람을 알아가는 데 쓰일 확률이 높습니다.

연인 사이에 갈등과 문제가 있을 때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은 절대로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 연인에게 새로운 누군가가 있다고 짐작이 가는 상황에서 이런 공백은 두 사람을 더 가까워지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갈등은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환승연애는 기본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아무리 어느 한쪽에 새로운 이성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원래 하던 연애에 문제가 없었다면 환승이별과 연애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연인 사이의 갈등은 대개 다툼으로 이어지고 이 다툼이 잦다 보면 이별까지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애 중에 생기는 문제와 불만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전혀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투더라도 다음 몇 가지를 지켜야 합니다.

• 똑같은 문제로 반복해서 싸우지 않기
• 1주일에 1회 이상은 다투지 않기
• 과거의 문제로 싸우지 않기
• 상대의 감정이나 심리를 추측해서 몰아세우지 않기
• 내 기준만 옳고 내 말만 정답이라는 생각 하지 않기

3. 연인의 입에서 자주 등장하는 새로운 사람을 신경 쓰기

연인의 입에서 유달리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쨌건 간에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칭찬이 아니라 비난이고 새로운 사람도 연애 중이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상대도 환승이별과 연애를 통해 내 연인과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비록 이런 것들이 환승이별과 연애를 모두 막아주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중에 환승이별을 당했음을 알게 되어 뒤늦은 배신감에 땅을 치고 가슴 아파하는 일 정도는 막아 줄 수 있습니다.

환승연애 대신 그냥 이별해야 하는 이유

1. 환승연애 후, 갈등 상황에서 지나치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연애 상담을 하다 보면 환승연애를 시작한 사람들이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들의 걱정은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내 연인이 환승이별을 하고 나로 갈아탔듯 나 역시 언제든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 버려지는 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야 현재 연인이 있으며 그 연인과는 곧 정리하고 올 거라고 솔직하게 말해준 상대에게 신뢰감과 믿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기존 연인이 아닌 나를 선택하고 나와 연애하게 되었으니 이 연애의 최종 승리자는 내가 되었다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연애가 그렇듯 갈등 없고 문제없이 꽃길이기만 한 연애는 없습니다.

환승연애를 하게 되면 꽃길이 아닌 그 모든 갈등 상황에서 지나치게 불안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싸우거나 상대가 나에게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서 나를 정리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일 것입니다. 그건 아마 환승연애 당사자가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짐인지도 모릅니다.

(*이별한 커플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모습 | 출처: 티빙 유튜브)

2. 물리적인 이별을 했다고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연애의 끝에는 반드시 ‘애도 기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애도 기간이란 지난 사랑과 사람을 내 마음속에서 잘 정리하고 완전히 떠나보내는 과정입니다. 물리적인 이별을 했다고 해서 마음속에서도 모든 것이 분명하게 정리되는 것은 아니기에 애도 기간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과 좋건 나쁘건 추억이 있을 것이고 그 사람과 연애하느라 맞춰지고 길들여진 내가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연애는 이런 모든 것이 내 안에서 거의 다 빠져나갔을 때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환승연애란 새 도화지는커녕 기존 도화지에 흰색으로 칠하는 것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다음 연애로 덮어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새로운 사람이 생기지 않았어도 기존의 연애는 어떻게든 끝이 났을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연애칼럼니스트박진진

프리랜서 히어로(크몽 블로그 필진)

연애 칼럼니스트, 관계 심리 전문가 박진진입니다.

2007년부터 딴지일보 기자, 내일신문 문화생활부 기자를 거쳐

현재 9권의 연애 관련 저서 및 에세이를 집필한 작가이자

연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